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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September 29, 2020

“성추행 호소·전보 요청 사실 아닌데 인정하라는 현실 답답” - 한겨레

soncenos.blogspot.com
인터뷰│박원순 전 시장 비서실장 김주명씨
2017년 3월부터 14개월 피해자와 근무
“오고간 메시지에 관련언급 전혀 없어
피해자 ‘비서실 근무’ 자부심 강해
계속 남아 있길 원한다고 판단…
성별 차이 이유로 업무분담 안해”

‘비서실 방조’ 주장한 2차 회견 보며
‘박 시장 의혹’ 제기에도 신뢰성 의심
“피해자 말에 무게 두고 경청하되
법정 다툼 통해 진실 가리고 싶어”

박원순 전 서울시장 비서실장으로 일했던 김주명 서울시 평생교육진흥원장이 25일 오후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박원순 전 서울시장 비서실장으로 일했던 김주명 서울시 평생교육진흥원장이 25일 오후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비서실장을 지낸 김주명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장은 최근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를 무고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강용석씨가 이끄는 가세연이 김 원장을 비롯한 서울시의 전직 고위 관계자들을 강제추행 방조 혐의로 고발한 지 두어 달 만이다. 그는 “가세연에 대한 맞대응만큼이나 법정 다툼을 통해 증거를 두고 진실을 가려내고 싶다”고 말했다. 2017년 3월부터 2018년 5월까지 비서실장으로 재직한 그는 피해자와 함께 근무한 기간이 가장 긴 비서실장이었다. <한겨레>는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대표와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 등 피해자 지원단체, 피해자의 고소 대리인 김재련 변호사 인터뷰에 이어, 반론을 제기하는 김 원장의 인터뷰를 싣는다. 양쪽 주장이 엇갈리는 부분에 대해 피해자 쪽에 다시 질문을 보내 받은 답변을 별도로 게재한다. 지난 25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난 그는 “재임 기간 중 피해자의 고충 호소도, 전보 요청도 없었다”며 “사태에 대해 큰 책임감을 느끼지만 사실이 아닌 걸 사실로 인정하라고 강요하는 현실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직 비서실장 5명 중 유일하게 인터뷰에 나섰다. “지난 두 달 이 사건이 우리 사회에 굉장히 큰 충격을 줬다. 그러나 내가 직접 경험하고 알고 있는 사실과 다른 주장이 사실인 양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느꼈다. 피해자 쪽의 주장은, ‘원치 않는 비서실에 차출돼 4년간 지속적인 성추행을 당했고 20여명에게 호소하며 매 인사 때마다 전직 요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내가 경험하고 알고 있는 것, 갖고 있는 자료와도 부합하지 않는다. 피해자와 시장님, 두 사람과 가장 가까이 있는 게 비서실장이다. 재임 기간을 반추해봤으나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주장하는 강제추행이 있었다고 믿기 어렵다. 피해자 쪽이 7월13일과 22일 두 차례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22일 기자회견을 보며 굉장히 놀랐다.” ―어떤 이유인가? “13일 피해자가 첫 회견을 열었을 땐 내가 모르는 어떤 일이 피해자와 시장님 사이에 있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했다. 그러나 22일 ‘비서실 관계자들이 성추행을 방조했다’며 사실과 다른 주장을 펼치는 것을 보며, 13일 회견에서 펼친 주장도 신빙성이 없다고 믿게 됐다. ‘방조’와 관련한 주장이 사실이 아니니 4년간 지속적인 성추행이 있었다는 주장의 신뢰성에도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실종 소식과 피소 의혹이 제기됐을 때 서울시 젠더특보 등 몇 분은 피소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는데. “전해 들은 사실이 없다. 내가 경험한 대목에 대해서만 말씀드릴 수 있다.” ―피해자는 과거 텔레그램 문자를 보여주며 주변에 고충을 호소했다고 한다. “지난 두 달 내가 가장 답답한 게 프레임이다. 이미 ‘성추행은 있었다’는 전제로 모든 질문이 이뤄지고 있다. 아니라고 하면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거나 ‘은폐한다’고 한다. 시장님이 돌아가신 뒤 하루에도 몇 번씩 지난 시간을 돌아본다. 내 재임 기간에 성추행이 이뤄졌다고 믿고 있지 않다.” ―서울시에서 나온 뒤에도 피해 사실에 대해 들은 적이 없나? “2018년 5월15일 비서실장 임기를 마친 뒤 올 3월15일까지도 피해자와 꾸준히 연락을 나눴다. 비서실장을 마친 뒤 대여섯명이 만나는 모임이 있었다. 피해자는 3월 만났을 때만 해도 비서실 근무가 행복했다고 추억했고 시장님에 대한 존경을 표현하기도 했다. 피해자의 과거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바뀐 것은 올해 4월 이후다. 저는 이른바 4월 사건(서울시 비서실 직원에 의한 성폭력 사건이 지난 4월 있었는데 피해자는 그 사건의 피해자이기도 하다)이 그 과정을 설명하는 열쇠라고 생각한다.” ―4월 사건에 대해선 언제 알게 됐는지. “5월에 피해자에게 연락했을 때 콜백이 오지 않아 이상하게 생각했다. 늘 바로바로 회신을 해주던 친구였기 때문이다. 뒤늦게 4월 사건 피해자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 사실을 알게 된 뒤에도 성폭력 피해를 입은 피해자에게 직전 남자 상사가 연락해 상황을 묻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해서 연락하지 못했다.” ―전직 비서실장으로서 당시 비서실 내 사건 처리가 미흡했다고 보지는 않나? “내가 평가할 사안이 아니다.” ―피해자는 직접 시장의 혈압을 재거나 속옷을 챙기는 등 비서 업무가 아닌 일들도 했다고 한다. 성평등한 서울시라고 보긴 어렵지 않은가? “적어도 내가 있는 동안 비서실에 성적 차별을 근거로 한 업무 역할 분담은 없었다. 비서실이 성추행이 쉽게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이었다는 여성단체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재임 기간에 비서실 정무직 12명 가운데 7명이 여성이었다. 나도 시장님 넥타이를 챙겨주기도 했고 (남성) 수행비서가 속옷을 챙긴 적도 있다. ‘여비서이기에’ 어떤 일을 시킨 적은 한 번도 없다. 만약 문제가 된다면 그건 시장님 책임이 아니라 당시 비서실장이었던 나의 책임이다.” ―피해자에게 전보 요청을 받은 적은 없나? “피해자로부터 성적 고충과 연관된 것이든 그렇지 않든 전보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 전보 요청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것은 특히 ‘성적 고충과 연결돼 있느냐’ 하는 부분이다. 피해자 쪽이 지난 8월17일에 제3자와의 텔레그램 대화 내용을 공개하며 ‘전직을 약속받았다’ 주장했지만 그 메시지 어디에도 성적 고충과 관련한 내용은 없었다. 내가 피해자와 주고받은 텔레그램 대화에도 전 기간(2017년 1월17일~2019년 10월4일)에 걸쳐 성적 고충이나 전직 요청과 관련해 언급한 내용은 한 글자도 없다. 대신 2017년 12월29일 피해자가 보내온 메시지를 보면, 그가 비서실에 흔쾌히 머문 걸 알 수 있다. 2018년 1월 인사를 앞두고 보낸 메시지에서 그분은 새해에도 더 열심히 하겠다는 의사 표시를 분명히 했다.” ―피해자가 공개한 메시지를 보면 제3자에게 ‘실장님이 남아주면 좋겠다고 해서 고민 중이다’라고 밝힌 내용도 있다. 재임 기간이 아닌가? “솔직히 기억에 없다. 나는 피해자가 비서실에 계속 근무하기를 바랐고 피해자도 계속 비서실에 남아 있길 바란다고 판단했다. 비서실 근무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분이었다. 의사에 반해 비서실에 잡아두는 경우는 없다. 비서실은 서울시 공무원이라면 누구나 오고 싶어 하는 곳이다.” ―피해자는 경찰 수사 과정에서 비서실 관계자들이 증거를 인멸하거나 대질을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나는 피해자와 나눈 텔레그램을 모두 가지고 있다. 다른 이들도 대부분 그런 것으로 안다. 대질신문에도 응하겠다고 경찰에 밝혔고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있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모든 협력을 하고 있는 비서진을 매도하지 않았으면 한다.” ―국가인권위원회 조사도 진행 중인데. “나는 아직 인권위 조사 연락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 최영애 인권위원장이 ‘강제추행이 있었다. 호소도 묵살당했다’는 것을 전제로 인터뷰한 보도를 봤다. 조사 중인 사건에 대해 인권위원장이 이렇게 표현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본다. 인권위원장이 선입견을 드러낸 것은 조사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그동안 인권위 조사에 최대한 협조할 생각이었으나 응해야 할지 의구심이 든다.” ―박 전 시장의 참모이자 피해자의 동료, 상사로서 이 사건과 관련해 돌아볼 지점은 없는지. “비서실장으로서 굉장히 큰 책임감을 느낀다. 어쨌든 이번 사건이 우리 사회의 성평등을 향상시키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피해자 중심주의 원칙도 존중한다. 그러나 피해자 중심주의는 피해자의 말이 절대적이라는 뜻이 아니다. 피해자의 말에 무게를 두고 경청하되 검증과 사실 확인은 필요하다. 저는 비판적 성찰을 하고 사태가 이렇게 된 데 대해 큰 책임감을 느끼며 자책하고 있지만, 사실이 아닌 걸 사실로 인정하라고 강요하는 현실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피해자쪽 반박 ―――――――――― “2017년 5급 비서관에게 박 시장 문자 보여주며 고충 털어놔” 2016년 1월 비서관에게 전보요청
11월 인사담당자한테도 메일 보내
2017년 9월 김 비서실장에게
전보의사 밝혔지만 거부당해
선임자가 인계 때 ‘일상 챙기라’
“허드렛일은 업무로 지시됐으며
중단·개선시키라는 결정 없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보좌했던 사람들은 피해자의 전보 요청이 없었고, 박 시장의 강제추행이 있었다고 믿기 어렵다고 거듭 밝히고 있지만 피해자 쪽은 기존에 공개하지 않은 추가 자료들을 제시하며 반박에 나섰다. 그동안 피해자 쪽은 “4년간 20여명의 비서실 관계자에게 박 시장과 관련해 성 고충을 호소하고 전보를 요청했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시기와 호소 방식, 상대방 등을 특정하지는 않았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를 비롯한 청년·여성단체 회원들이 2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원순 성폭력 사건 대응 관련 서울시 공개 질의서 제출 취지를 발표하고 있다. `시민의 마음이 열릴 때까지'라고 적힌 서울시청 정문이 보이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를 비롯한 청년·여성단체 회원들이 2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원순 성폭력 사건 대응 관련 서울시 공개 질의서 제출 취지를 발표하고 있다. `시민의 마음이 열릴 때까지'라고 적힌 서울시청 정문이 보이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피해자 쪽은 29일 한국성폭력상담소를 통해 <한겨레>에 전해온 자료에서 “피해자가 2016년 1월 당시 5급 비서관에게 전보 요청을 했고 2016년 11월 인사담당자에게 전보를 요청하는 메일을 보냈다”고 밝혔다. 피해자 쪽이 증거를 갖고 있는지 명시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정황은 구체적이다. 피해자 쪽은 “앞서 국가인권위원회와 경찰 등에 증거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중 일부다”라고 설명했다. 피해자 쪽은 또 “피해자가 지방선거를 앞둔 2017년 9월 시장실 워크숍 당시 김주명 비서실장에게도 나가고 싶다는 뜻을 밝혔지만 당시 김 실장은 ‘내년에 시장님이 3선을 준비하는데 일을 잘하니 도와주면 좋겠다’며 인사이동에 반대했다. 이후 2018년 3월 행정보좌관에게서 전보 지원을 약속받고 2018년 10월엔 인사담당 비서관과 전보를 상담했다”고 주장했다. 성 고충을 호소한 부분과 관련해서도 “2017년 하반기 5급 비서관에게 (박 시장이) 밤늦게 부적절한 사진을 보내는 행위, ‘보고 싶다’, ‘킁킁’ 등의 텔레그램 메시지가 오는 것을 직접 보여주며 이야기했다”며 “피해자가 지속적으로 고충을 호소하며 전보를 요청한 탓에 남자 비서 채용 필요성이 논의되기까지 했다”고 밝혔다. ‘박 시장의 혈압을 재거나 속옷을 챙기는 등 비서 업무가 아닌 부분까지 도맡아 했다’는 피해자의 주장과 관련해 박 전 시장 보좌진들은 “성적 차별을 근거로 한 업무 역할 분담은 없었다”며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라고 반박한다. 그러나 피해자 쪽의 주장은 다르다. 수행비서가 따로 있음에도 이미 선임자의 업무 이월 단계에서부터 박 시장의 사소한 일상을 챙기도록 인수인계를 받았다는 것이다. 피해자 쪽은 “피해자의 선임자는 2015년 7월 피해자에게 ‘(박 시장의) 아침을 차려놓고 시간 되면 깨워드리고, 셔츠는 옷장에 있으며 속옷·양말은 원래 챙겨드리는 것’이라고 했다”고 밝혔다. 피해자 쪽은 또 이런 ‘허드렛일’이 상부의 지시에 따른 것임을 드러내는 정황도 공개했다. “2019년 한 비서관이 (피해자를 지켜보며) ‘오징어를 찢어 봉지에 나눠 담아 시장 간식을 만드는 일을 지시하는 것은 한심한 일이며, 그런 업무를 지시한 사람이 문제다’라고 지적했다”는 것이다. 피해자 쪽은 “허드렛일은 업무로 지시됐으며 피해자가 이런 일을 하는 것을 중단시키거나 비서실 문화를 바꾸는 결정은 내려진 바 없다”고 밝혔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방조와 묵인 구조, 조직문화는 조직 내 성폭력 문제에서 중요한 부분임에도 그동안 잘 다뤄지지 않아왔다. 방조가 형사처벌 대상일지는 쟁점일 수 있지만, 이를 고려해도 ‘비서실장들’의 메시지는 절망적이다. 앞으로 서울시 안에서 또 다른 피해자가 나설 때에도 이렇게 대응할 것이라는 잘못된 학습효과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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